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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에서는 무용의 최신 흐름을 보여주는 국제공연예술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열렸다. 20여년간 이어져 온 이 축제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우수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국제무용협회가 주최한 이번 SiDance에는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등 해외초청작 20편과 국내작품 27편 등 47편이 선보였다. ‘폭력’을 주제로 젠더, 이데올로기, 인종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화제작은 1회당 관객을 69명으로 한정하는 ‘69포지션즈’로 섹슈얼리티와 공적 영역의 관계들을 다루며 성 정치학을 조명했다. 덴마크 출신 안무가 메데 앙바르첸이 다양한 시각예술, 언어 등과 결합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개막작은 벨기에 출신 안무가 울티마베스가 선보인 ‘덫의도시’로 인간의 갈등과 불가해한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했고 폭력적 분위기가 압도하는 가운데 단색조의 미로를 무용수들이 카메라와 함께 질주하며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거친 춤을 통해 과도한 남성상을 빗대어 표현한 우나 도허티의 ‘희망사냥과 나사로의 승천’, 인터넷에서 요구되고 있는 미에 대한 비판을 충격적 이미지로 풀어낸 넬라 후스탁 코르네토바의 ‘강요된 아름다움’ 등도 주목 받았다. 주제와 내용 등에서 느껴지듯이 무용계가 가지는 작품 인식의 흐름은 현 시대가 안고 있는 숙제를 고민하고 집중하는데 역할을 하고 영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올해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전통춤 마켓’이었다. 이틀 동안 서정숙의 ‘민 살풀이 춤’부터 서한우의 ‘뻐꾸춤’까지 국내안무가 14명이 해외 관계자 앞에서 전통춤을 선보였다. SiDance 관계자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전통춤 플랫폼을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며 “우리만의 전통에서 세계 공연예술의 자산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전통춤 마켓은 음악·미술계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지만 무용계로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기억될 시도이다.

지난 일요일(11월3일) 부산 영도 라발스호텔(La Valse HOTEL) 외벽에서 버티컬댄스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 공연이 진행됐다. 버티컬 댄스란 등반장비 및 기술을 사용해 고층빌딩의 외벽, 암벽, 자연의 일부를 무대로 활용, 몸(춤)으로 표현하는 예술 장르다. 버티컬 댄스의 매력은 로프의 원심력을 이용해 체공간이 늘어남은 물론, 공간의 360도 사용과 바닥공간이 갖는 중력의 제한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은 외줄에 매달려 부산 영도의 바닷 바람을 온 몸으로 표현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기술의 아름다운 공존에 대한 이미지와 상상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했다. 국내 최대 인원인 15명이 참가했다는 점과 100m 높이의 28층 건물에서 공연했다는 특별함도 있었다.

부산의 향토기업이 만든 건물에서 부산의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지역특성화된 거리 예술이자 부산 문화재단의 기획특화 육성영역에 선정된 예술단체 써드네이처와 라발스호텔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의미 있는 지역문화적공연이기도 했다.

한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젊은 무용단체 언엔딩을 통해서도 무용계의 새로운 물꼬는 틔워지고 있다. 이 단체의 목표는 무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보기 위해 무용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무용하는 사람과 무용을 보는 사람을 구분짓지 않고 함께 춤추기도 하며 관객과 무대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무용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 결과물이 무용댄스 필름과 무용버스킹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하철 계단이나 공원, 그리고 거리 등 열린 무대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무용수, 무용하는 모습의 영상제작, 그리고 그 영상의 전시까지 장르의 파괴와 융합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국제무용행사에 전통춤 마켓 플랫폼을 만들고 무대를 벗어난 공중에서 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춤의 대중화를 위해 공간적·장르적 해체를 시도하는 무용인들, 무용계가 지각변동하고 있다. 진정한 무용가로서 새로운 시도, 뜨거운 열정이 필요한 때다. 현숙희 무용가·전 영산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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